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 한의학과 권승원 교수
-황련해독탕 활용의 실제 (전편)-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1. 황련해독탕은 어떤 처방?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은 황금, 황련, 황백, 치자로 구성되며 중국 남북조시대에 출간된『주후백일방(肘後百一方)』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지연화 된 감염상태에서 발생한 정신착란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흥분과 충혈(과항진상태)을 동반한 정신증상 뿐 아니라 다양한 신체증상에까지 활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했다.
2. 근거기반 뇌졸중 환자에 대한 황련해독탕의 적응증
뇌졸중 환자 진료 시, 황련해독탕의 적응증은 어떻게 될까? 먼저 뇌졸중에 동반된 다양한 ‘과항진상태(흥분)’의 정신증상에 활용할 수 있다. ‘과항진’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는데, 주로 한의사들이 열증(熱證)이라 부르는 정서적, 신체적 항진상태가 동반되어야만 황련해독탕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가장 대표적인 정신증상 적응증은 ‘불면장애’이다. 뇌졸중 발생 시 급작스런 자율신경기능의 실조로 인해 적지 않은 환자들이 ‘불면장애’를 경험한다. 이는 수면시간에 이뤄지는 다양한 신체기능의 회복을 방해함은 물론, 수면부족에 따른 다음날의 신체활동저하로 이어져 원활한 재활치료 수행에 지장을 일으키므로 뇌졸중 환자의 신체기능 회복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황련해독탕은 불면장애 중에서도 특히 과항진 상태의 입면장애 증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조현병 환자의 불면장애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향정신약 단독복용과 황련해독탕 병용 시의 치료효과를 비교평가한 결과(4주간 관찰), 수면 관련 약물 복용 횟수의 경감(대조군-7.7회 vs 황련해독탕 병용군-1.9회)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1]. 뇌졸중 후 불면장애에 관한 성공적 치료경험을 보고한 케이스시리즈(case series)도 있었는데, 해당 보고에서 다룬 3증례 모두 불면장애와 함께 흉부열감, 갈증, 변비 등 대표적인 열증(熱證)의 증후가 동반되어 있었다[2].
다소 생소한 증상일 수도 있지만, 대표적인 뇌졸중 후 감정장애 중 하나인 ‘병적웃음(pathologic laughter)’에도 황련해독탕의 활용이 가능하다. 뇌졸중 발병 후 갑자기 무의식적으로 부적절한 웃음을 짓게 되며 스스로 그 현상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를 ‘병적웃음’이라 정의하는데, 이는 주로 교뇌부 경색(pontine infarction)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기능 자체에 대한 영향은 없지만, 부적절한 웃음으로 타인으로부터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에 뇌졸중 환자의 원활한 사회복귀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도 황련해독탕의 적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전후비교 연구에서 병적웃음을 보인 환자에게 황련해독탕을 2주간 투여한 뒤 증상의 변화를 관찰했다[3]. 그 결과, 변증 상 열증에 해당하는 환자군에서만 병적 웃음의 기간과 빈도가 유의하게 경감되었다. 한증(寒證)에 해당하는 환자군에서는 병적 웃음의 호전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황련해독탕은 같은 병적 웃음이어도 열증, 곧 과항진상태라는 황련해독탕의 전통적 적응증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효과가 발휘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뇌졸중 후 ‘인지기능저하’ 상태 역시 적응증이 될 수 있다. 단, 앞선 두 적응증과 마찬가지로 ‘과항진’ 상태에 놓인 경우여야 한다. 정지자극 과잉상태에 해당하는 심간화왕(心肝火旺) 변증으로 진단된 노년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3개월간 관찰)에서 피라세탐(piracetam) 복용 시에 비해 황련해독탕 복용 시, 인지기능(MMSE, HDS)과 일상생활 수행능력 평가 상 우수한 치료결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4].
지금까지 정신증상과 관련된 적응증만 나열했는데, 뇌졸중 환자의 신경학적 기능 회복에도 황련해독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중풍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황련해독탕을 뇌경색 환자의 신경학적 장애 감소와 일상생활 수행능력 개선을 위해 통상적인 뇌졸중 치료에 병행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는 것으로 제안했는데[5], 이 판단의 토대가 된 임상시험의 대상자들 역시 변증 상 열증에 해당하는 급성 뇌경색 환자였으며, 황련해독탕 복용 시 신경학적 기능 회복과 함께 열증 관련 평가지표 역시 호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6].
마지막으로 뇌졸중의 위험인자 조절, 특히 당뇨병 조절에도 보조적인 응용 가능하다. 메트포르민(metformin)과의 병용효과에 대한 평가를 수행한 한 임상시험에서 메트포르민 단독 적용 시 보다 황련해독탕 병용 시 체질량지수(BMI), 당화혈색소(HbA1c), 인슐린저항지수(HOMA-IR) 상 우수한 호전경향을 보임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7]. 다만, 이 효과 역시도 열증에 해당하는 환자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는데, 당뇨병을 동반한 뇌혈관질환 환자에 대한 황련해독탕 활용에 관한 케이스시리즈에서도 열증군에서만 혈당수치 및 지질 수치의 개선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8].
이와 같이 황련해독탕의 뇌졸중 환자에서의 활용은 정신, 신체증상을 가릴 것 없이 모두 ‘과항진’ 곧 열증이 동반되어 있을 때로 되도록 국한할 필요가 있음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1. 山田和男, 神庭重信, 大西公夫, 水島広子, 長尾博司, 梅山千香代, 寺師睦宗, 浅井昌弘. 精神分裂病活動期の回復期における黄連解毒湯の臨床効果. 日本東洋醫學雜誌. 1997;47:603-7.
2. 류순현, 양대진, 조기호, 김영석. 황련해독탕가미방으로 호전시킨 중풍 환자 불면증 3예. 대한한의학회지. 2001;22(2):120-127.
3. Yun SP, Jung WS, Park SU, Moon SK, Park JM, Ko CN, Cho KH, Kim YS, Bae HS. Hwangryunhaedogtang (huanglianjiedutang) treatment for pathological laughter after stroke and importance of patterns identification: a preliminary study. Am J Chin Med. 2007;35(5):725-33.
4. 陈国华, 单萍, 邱昕. 黄连解毒汤治疗老年性痴呆(心肝火旺型)临床研究. 中国中医急症. 2007;16(4):386-7.
5. 대한중풍순환신경학회. 중풍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 2021.
6. 李锐朋. 黄连解毒汤治疗脑梗死急性期火热证32例临床观察. 福建中医药. 2010;41(5):16-7.
7. 杨文军,王璞. 黄连解毒汤对2型糖尿病肥胖患者的干预研究. 山东中医杂志. 2013;32(8):17-9.
8. 鎌上雅夫. 糖尿病を合併している脳血管障害に対するツムラ黄連解毒湯の効果検討. 和漢医薬学会大会要旨集. 1989;6: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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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기사원문
202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