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의 재발견] 항암화학요법 이상반응에 도움 되는 '육군자탕' -권승원 한의학과 교수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권승원 교수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권승원 교수. 사진=경희의료원
[포인트데일리 이호빈 기자] 항암화학요법 유발성 구토(Chemotherapy-Induced Nausea and Vomiting, CINV)는 항암치료를 위한 약제를 투여한 후 발생하는 구토와 메스꺼움으로 정의되며 매우 흔한 항암화학요법의 이상반응 중 하나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의 약 70~80%가 어느 정도 구토나 메스꺼움을 경험한다. 이는 단순한 신체적 불편을 넘어 암 환자의 다양한 측면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먼저, 항암화학요법 치료의 지속성 및 순응도를 감소시킨다. 구토와 메스꺼움이 심할 경우,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연기를 요청할 수 있다. 이는 항암치료의 효과를 감소시키며, 병의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항암화학요법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 치료에 대한 신뢰 상실을 일으켜 향후 의료진이 제시하는 치료 계획을 따르지 못하게 되거나 약물 사용을 거부하게 될 수도 있다.
영양상태도 악화된다. 구토와 메스꺼움으로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는 식사 거부나 식사량 감소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치료 효과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면역력 저하도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치료효과 감소로도 연결된다. 구토와 메스꺼움으로 인해 치료일정이 지연되거나 조정되면, 항암치료의 누적 효과가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충분한 항암치료 약제의 용량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부득이한 경우 사용약제의 종류를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치료효과의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이 있는 고위험 환자군에서는 치료가 지연되거나 용량이 감소함에 따라 예후가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환자의 삶의 질 역시 저하된다. 구토와 메스꺼움은 탈수, 전해질 불균형, 체중감소, 영양부족 등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환자는 체력저하와 피로를 겪고, 일반적인 일상 활동조차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우울도 발생할 수 있다. 이 역시도 일상생활 유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항암화학요법 유발성 구토는 암 치료에 있어 단순한 이상반응이 아니며, 환자의 치료 경과와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구토와 메스꺼움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은 항암화학요법의 치료 지속성을 높이고, 암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며,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최근 한약처방 육군자탕(六君子湯)이 항암화학요법 유발성 구토를 경감시킬 수 있는 효과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육군자탕은 중국 원대(元代) 이중남(李仲南)의 '영류령방(永類鈴方), 1331년'에서 소화기가 허약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됐다.
이후 다양한 의학자들의 활용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소화기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능성 소화불량 등의 소화기질환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추천되고 있으며 한방에서는 대표적인 소화기 보약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항암화학요법 유발성 구토에 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육군자탕 투약 시 항암화학요법으로 인한 구토와 메스꺼움, 식욕부진 등이 처방을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호전됐으며, 삶의 질 저하도 예방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누군가는 한약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일부 항암효과를 지닌 한약처방도 분명 존재하나, 육군자탕 같은 처방을 보면 한약치료는 기존의 항암치료를 도와 환자의 생존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주연은 아니지만, ‘항암’을 돕는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사원문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