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뇌졸증 환자의 다약제 사용에 대한 한의 진료 - 권승원 한의학과 교수
2024.05.07
-계지복령환 활용의 실제 (전편)-
1. 계지복령환은 어떤 처방?
계지복령환(桂枝茯苓丸)은 계지, 복령, 작약, 목단피, 도인으로 구성되며 중국 한대(漢代)에 출간된『금궤요략(金匱要略)』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에는 자궁 내 이상으로 임신유지가 불가한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소개되었는데, 이후 역대의가의 손을 거치며 여성질환 뿐 아니라 어혈(瘀血) 병태를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순환기계, 신경정신계, 소화기계 질환 등)에 응용할 수 있는 광범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처방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물론 현재 한의 임상에서 고령 뇌졸중 환자에서도 빈번히 사용되는 처방 중 하나이다.
2. 근거기반 뇌졸중 환자에 대한 계지복령환의 적응증
뇌졸중 환자 진료 시 계지복령환은 언제 사용할 수 있을까? 비교적 넓은 활용범위를 보이는데, 크게 4가지 영역에 걸쳐 활용해 볼 수 있다.
첫째, 뇌졸중(특히, 허혈뇌졸중) 재발방지 효과이다. 허혈뇌졸중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아스피린, 실로스타졸 등의 항혈소판제가 활용되고 있으나, 복약 2년 내 누적 재발율은 8~15%에 달한다. 뇌졸중 환자의 재발은 힘들게 진행 중이던 재활과정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계지복령환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우선, 다발뇌경색 환자에게 4주간 투약한 한 결과, 적혈구응집능 개선효과가 확인된 바 있으며[1], 또 다른 연구에서는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 전후 혈소판기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혈소판응집억제작용(평균 혈소판점착능의 12.9% 감소)을 확인할 수 있었다[2]. 이 뿐 아니라 진구성 뇌경색 환자 대상 연구에서도 전혈점도, 안구결막 미세순환혈류량의 개선 효과[3]를 보였으며, 뇌졸중 환자는 아니지만, 건강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혈소판응집능 개선효과[4], 안구결막 미세순환동태의 개선효과[5]를 보였다. 여기까지는 혈전생성, 혈액응고 관련 기전을 통한 효과였다면, 최근에는 혈관의 확장과 수축, 혈관 평활근의 증식과 이동, 혈전생성과 용해 등 혈관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관내피세포기능(endothelial function)에도 계지복령환이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소 1개 이상의 대사증후군 진단기준 에 해당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교차시험디자인(계지복령환 복용 vs 휴식기)의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혈관내피세포기능 개선효과를 시사하는 결과를 얻었다[6]. 이는 계지복령환이 항혈소판제와 함께 허혈뇌졸중 재발방지에 유의한 효과를 낼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어 “중풍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도 계지복령환을 뇌졸중 후 재발방지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7].
둘째, 계지복령환은 ‘자율신경조절효과’를 통해 뇌졸중 후 각종 정신증상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우선, 뇌졸중 후 불면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갱년기여성을 대상으로 불면장애 개선효과를 평가한 무작위대조 비교시험(계지복령환 투약 vs 비투약)의 결과, 불면장애 증상 자체의 개선과 함께 혈압 및 심박수 감소효과와 같은 자율신경계 조정효과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8]. 우울증상 관련 개선효과도 있는데, 무증상 뇌경색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계지복령환을 3년간 지속복용 했을 때, 미복용군에 비해 유의한 우울증상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두중감, 두통, 어지럼 등의 자각증상도 함께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9~11].
셋째, 뇌졸중으로 인한 증상 및 병발하는 각종 증상 개선효과가 있다. 먼저 뇌졸중으로 인해 발생한 감각이상, 특히 감각저하나 냉증에 대한 개선효과에 주목할 수 있겠다. 한 증례보고에서는 뇌졸중 후 환측 상하지에 무감각 또는 냉감을 호소한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8주간 계지복령환을 투약한 결과, 꾸준히 감각장애의 개선효과를 보인 것을 보고했다[12]. 이 외에도 “중풍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전반적 신경학적 장애, 일상생활수행능력, 인지장애, 균형장애 등의 개선을 위해 계지복령환을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7]. 이 외, 장기간 와상상태에 놓인 결과 발생하는 하지심부정맥혈전증과 같은 합병증의 증상 개선 효과[13]도 보고되어 있으며, 재활치료 과정에서 경항부 근긴장으로 인해 뇌졸중 환자들이 자주 경험하게 되는 긴장형두통과 관련된 증례보고(case seriese)도 있다[14].
마지막으로 뇌졸중의 위험인자 조절, 특히 고지혈증 조절에도 응용 가능하다. 고지혈증 개선 중성약인 “zhibituo (脂必妥)”와 계지복령환의 고지혈증에 대한 유효성, 안전성 무작위배정 비교시험을 실시한 결과, 1개월 복용 후 계지복령환 복용군에서 “zhiituo” 복용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고지혈증 개선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15]. 표준치료제에 해당하는 스타틴(statin)을 적용해도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활용이 어려울 때, 계지복령환도 처방 선택지 중 하나로 올려 둘 필요가 있겠다.
다만, 임상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에 해당한다 하여 무조건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체격/체력이 중등도 이상일 경우 처방을 고려하는 것이 좋으며, 허약체질이거나 소화력이 너무 떨어진 환자에서의 응용은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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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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