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 권승원 한의학과 교수
-시호가용골모려탕 활용의 실제 (후편)-
3.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 상태에서 시호가용골모려탕의 역할은?(표)
뇌졸중 환자에 있어 시호가용골모려탕의 주요 역할을 ‘뇌졸중 후 우울증’의 개선이다. 우울증은 가장 빈번히 관찰되는 뇌졸중 환자의 감정장애로 일상생활의 제한, 삶의 질 저하 뿐 아니라 뇌졸중 관련 재활 진행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증상이 심할 때는 환자 자신 뿐 아니라 그 환자를 보살피고 있는 보호자나 간병인의 부담을 가중시키기까지 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우울증의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 후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각종 항우울제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필자는 항우울제 시작 전에 우울증 개선효과를 지닌 시호가용골모려탕을 비롯한 한약처방을 활용한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우울제의 이상반응 탓이다. 현재 우울증에 제1선택약으로 활용되고 있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나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SNRI)는 메스꺼움, 불안, 불면, 입마름, 어지럼 등의 어느 정도 가벼운 이상반응을 일으킨다. 대개 이 빈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설령 발생하더라도 사소한 부작용으로 치부되고, 지속적으로 복용하다 보면 이상반응 자체가 소실되기도 한다는 이유로 복용 초기 이상반응이 발생하더라도 의사들은 꾸준히 복용하도록 지도하고는 한다.
하지만, 뇌졸중 환자의 경우 이러한 가벼운 이상반응도 참고 버티며 지속 복용해보도록 지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메스꺼움의 경우, 어지럼이 동반되기도 하며, 영양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집중적 재활치료가 필요한 뇌졸중 환자에서는 되도록 피해야만 할 이상반응이다. 자칫, 재활치료에 큰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재활치료 중 낙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실제 한 연구에서는 SSRI나 SNRI가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환자에서 낙상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SSRI나 SNRI가 잘 듣지 않을 때,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되는 삼환계 항우울제는 더욱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전도지연 부정맥(1차방실차단, 다발 갈래차단), 기립저혈압, 섬망, 발작, 추체외로계증상 등과 같은 중대한 이상반응을 빈번히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립저혈압, 섬망, 추체외로계증상은 그 자체로 뇌졸중 재활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전도지연 부정맥과 같은 질환은 환자의 생명예후에 대한 악영향과 함께 뇌졸중 재발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뇌졸중 후 우울증’ 환자를 진료할 때, 우리는 시호가용골모려탕과 같이 우수한 항우울효과를 지닌 한약처방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후, 효과가 부족하다면, SSRI나 SNRI를 병용 투여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환자 관리 방법이다. 이전 기사에서 소개했듯 시호가용골모려탕은 각종 항우울제와 달리 과진정 없이 효과적인 항우울효과를 보인다는 점도 이러한 치료원칙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기사원문
202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