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 정성용 교수] 중앙일보-'[라이프 트렌드] 남자들이여! 동굴 아닌 방을 꾸며라'
관리자
17-08-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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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케이브’ 아시나요? 
 

추억·취미용품 쌓인 밀실
벗·놀이기구 모인 사랑방
아재만의 힐링 공간 필요

영화 ‘스타워즈’ 주인공이 그려진 액자 겸 테이블로 한쪽 벽을 꾸민 남자의 방.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스타워즈’ 주인공이 그려진 액자 겸 테이블로 한쪽 벽을 꾸민 남자의 방.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는 남성에게는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혼자만의 시간,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남자들의 중요한 힐링 포인트라는 것이다. 이때 ‘동굴’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장난감을 모아 두거나, 성능 좋은 오디오를 갖추거나, 자신만의 추억과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집밖에 모르는 남자에게도, 집 밖에서 맴도는 남자에게도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 올해 4월 부모로부터 독립한 김수열(33·가명)씨는 자신의 방을 직접 꾸몄다. 방이 넓게 보이도록 바닥과 벽지를 한 색상으로 맞추고, 따뜻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원목가구를 곳곳에 배치했다. 또 한쪽에는 어릴 적부터 모아 온 손오공·아톰·레고 피규어들을 전시했다. 김씨는 “남들이 보면 유치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나만의 공간이기에 개의치 않고 한쪽 벽면 전체를 피규어 컬렉션으로 꾸몄다”며 “영화 ‘인셉션’의 주인공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물건을 남겨놓은 것처럼 오래된 장난감을 보면 마냥 즐거웠던 소년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 이기천(50·가명)씨는 최근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오디오를 구입해 자신의 방에 두었다. 퇴근 후 작은 공간에서 그날기분에 따라 듣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감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신의 방에서 거의 매일 노래를 듣고, 유일한 취미활동인 한자 쓰기를 즐긴다. 이씨는 “사람들과 왁자지껄 어울려 술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은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반면에 조용히 방에 혼자 앉아 음악을 듣거나 글쓰기에 집중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파란색 침구와 벽지로 전체적인 공간에 안정감을 더한 침실. [사진 LG하우시스]

파란색 침구와 벽지로 전체적인 공간에 안정감을 더한 침실. [사진 LG하우시스]


게임기, 미니 농구대, 식탁 들인 아지트
 
이미 집에서 사라졌거나 어둡고 칙칙한 공간이었던 남자의 방이 진화하고 있다. 가사와 집 안을 꾸미는 일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남성들도 본격적으로 자신의 공간 찾기에 나선 것이다. 인테리어 제품을 구입해 원하는 장소에 설치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구를 선택하는 셀프 인테리어의 주역에도 남성이 많다. 김도현 공간기획자는 “세계적으로 많은 남성이 ‘그루밍’, 즉 꾸미는 재미를 발견했다”며 “자신을 가꾸고 꾸미는 것을 넘어 남자의 방 역시 자신의 개성과 성향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됐다”고 설명했다.
 
남자의 방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타인에게 공개하기를 꺼리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길 원하는 공간으로 ‘맨 케이브(Man Cave)’라고 불린다. 이 같은 공간을 원하는 남성들은 주로 추억의 물품을 수집하거나 고가의 취미용품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취한다.
 
둘째로는 손님을 초대해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랑방 스타일로 꾸며진 방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남성은 무비 시어터를 들여 놓고 여럿이 함께 추천 작품을 감상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남성은 게임기를 설치해 친구들과 게임을 즐긴다. 미니 농구대와 당구대 등을 설치해 소규모 어른 놀이터를 완성하기도 한다. 한옥에 자신만의 공간을 꾸며 눈길을 끈 방송인 마크 테토는 “친구들과 와인파티를 즐길 수 있는 다이닝 룸을 마련하고 싶었다”며 “직접 디자인한 식탁에 여럿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간과 사람, 가구 등 모든 존재가 서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이름이 새겨진 철제 ‘빈티지 미니 키친’ 제품.

영화 ‘캡틴 아메리카’ 이름이 새겨진 철제 ‘빈티지 미니 키친’ 제품.

 
공간을 꾸미는 데 있어 정해진 규칙은 없다. 집 전체 인테리어와 굳이 맞출 필요도 없다. 오히려 방에 들어갔을 때 마치 다른 공간에 온 것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면 독립적인 공간으로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집 안 꾸미기가 처음이라면 잡지나 SNS 등을 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 스타일을 먼저 찾아보는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가 도움이 된다. LG하우시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서가영 선임은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인테리어 사진을 여러 장 찾은 후 그 안에서 반복되는 요소를 추려 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벽은 화이트, 침구는 그레이, 가구는 원색의 철제 등 구체적인 반복 요소를 꼽은 후 예산에 맞춰 하나씩 바꾸면 방 꾸미기의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2~3시간 스트레스 푸는 장소

평소 수집한 물품도 인테리어에 활용할 수 있다.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 포스터가 있다면 벽 한 곳에 모아 개성을 드러내 보자. 여러 물품을 있는 그대로 나란히 놓아 장식해도 좋고, 자신의 느낌대로 자유롭게 재구성하는 것도 멋스럽다. 10대 때 가지고 놀던 RC카를 원하는 색상으로 페인트칠해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거나 여행 때 입었던 옷들을 이어 커튼처럼 만들면 의미 있는 소품이 완성된다.

남자의 방은 정서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지만 항상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장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사회적 유대관계가 약해지고 소극적으로 변하며 외로움을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정신과 정선용 교수는 강인하고 공동체의 우두머리가 되고 싶어 하는 남성들은 가족 앞에서 약하고 힘든 모습을 보여주길 꺼리기 때문에 혼자만의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하지만 이 시간이 길면 우울감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일주일에 2~3시간 정도만 갖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