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박재우 교수] 브릿지경제-'몸 구석구석 퍼진 만성염증, ‘움직이는 종합병원’ 만든다'
관리자
17-06-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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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가 작은 대기오염물질이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로 폐나 혈관으로 침투하면 이를 없애기 위한 반응으로 염증이 발생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염증성단백질이 축적돼 만성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염증은 인체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감염 부위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보통 염증이라고 하면 환부가 붓고 통증과 열이 동반되는 급성염증을 떠올린다. 이런 증상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과 달리 신체 이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기므로 ‘착한 염증’으로 불린다. 세균 또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난 뒤엔 잔해물로 고름이 잡히기도 한다.  


급성염증은 면역반응의 결과물로 통증, 홍조, 부기, 발열 등이 발생했다가 비교적 단시간 내에 사라지는 게 특징이다. 만약 이들 증상이 며칠간 지속되고 온몸에 통증이 나타나면 ‘나쁜 염증’으로 불리는 만성염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스트레스, 나쁜 식습관, 고혈당, 고혈압 등으로 인체가 혹사당하면 염증성 단백질이 생성돼 축적된 뒤 온몸으로 퍼져 심혈관질환, 당뇨병, 염증성장질환, 우울증, 비만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등 아주 작은 입자의 대기오염물질은 만성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입자가 작은 대기오염물질이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로 폐나 혈관으로 침투하면 이를 없애기 위한 반응으로 염증이 발생한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이나 유화제 등 인공 식품첨가물도 만성염증을 초래하는 주요인이다. 


비만한 사람은 장기 사이에 과도하게 지방이 축적되고, 지방세포에서 아디포카인이라는 염증성물질이 분비돼 체내 염증 수치가 높아진다. 현대인에게 만성염증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다. 코티솔 등 스트레스호르몬이 분비되면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돼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대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체내 염증 수치가 20%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염증은 가장 먼저 혈관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혈관이 위축되고 혈관벽 기능이 떨어져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중증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감염이 일어나면 외부 침입자와 싸우기 위해 화학물질 사이토카인이 다량 분비되고 이 과정에서 정상세포의 DNA가 손상돼 암세포 생성 위험이 높아진다.


소화기계통에선 만성염증으로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이 초래할 수 있다. 이들 질환은 한번 발생하면 잘 낫지 않아 평생관리가 필요하므로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여겨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궤양성대장염 및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4만6000여명에서 2016년 5만9000여명으로 5년 새 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은 30%, 여성은 24% 증가했다.
박재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특별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 과음 등이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며 “재발률이 높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불편을 초래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성염증은 우울증도 초래할 수 있다. 한 연구결과 체내 염증수치가 올라가면 ‘IDO(Indoleamine 2, 3 dioxygenase)’라는 효소가 높아져 우울증을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우울증 환자와 정상인 사람의 혈액 속 염증물질 수치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 환자군은 염증물질인 ‘인터루킨-1 알파’의 수치가 2.2pg/㎖로 정상인보다 3배가량 높았다.


체내 염증 수치는 혈액검사의 일종인 ‘고감도 C반응단백(high sensitivity C-reactive protein, hs-CPR)’으로 파악할 수 있다. CRP 수치가 10㎎/ℓ 이상으로 급증하면 급성염증, 1~10㎎/ℓ 상태가 유지되면 만성염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1㎎/ℓ  미만은 만성염증이 없는 정상, 1~3㎎/ℓ 사이는 약간 위험한 상태, 3㎎/ℓ 이상은 만성염증이 심한 것을 의미한다. 40세 이상이면서 고지혈증·동맥경화증·고혈압·당뇨병·심근경색·뇌졸중 같은 만성질환이 있다면 1~2년에 한 번씩 염증수치를 검사해보는 게 바람직하다. 


만성염증을 억제하려면 영양소를 균형잡히게 섭취하고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인스턴트식품은 피해야 한다. 30~40분간 등에 땀이 살짝 날 정도의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염증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의대 연구팀이 남성 26명과 여성 21명 등 47명을 대상으로 러닝머신에서 보통 속도로 20분 동안 걷게 한 뒤 혈액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염증을 유발하는 면역세포인 단핵구(monocyte) 수가 운동 전보다 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내에 지방이 많으면 염증이 잘 생기고,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못해 지방이 다시 많아진다. 적절한 체지방량은 남성의 경우 체중의 10~20%, 여성은 18~28%다. 정상보다 체지방량이 많다면 체중관리가 필요하다. 
햇빛을 쬘 때 합성되는 비타민D는 염증을 줄여준다. 비타민D가 충분하면 몸속 염증 억제 체계가 강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주일에 세 번, 햇빛이 강해 비타민D가 합성이 잘 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30분 정도 산책하면 좋다. 


두부처럼 콩으로 만든 식품에는 염증 수치를 낮춰주는 이소플라본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등푸른생선이나 연어류는 강력한 오메가-3 지방산인 EPA와 DHA가 풍부해 염증을 억제하고, 암·심장질환·천식·자가면역질환 위험을 낮춘다. 
마늘은 항염증효과가 매우 높고, 토마토는 염증을 억제하는 항산화성분인 라이코펜이 다량 함유돼 있다. 두가지 음식 모두 열을 가하면 항염증효과가 배가되는 게 특징이다.


베리류는 대표적 항산화 및 항염증 역할을 하는 폴리페놀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녹색 채소인 케일은 항염증효과가 큰 비타민K가 풍부하고, 붉은 뿌리 채소인 비트는 베타인이라는 아미노산이 함유돼 염증을 억제하고 스태미나를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