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 안세영 교수] 민족의학신문-'한의학 치료원리는 치수(治水)에서 나왔다'
관리자
17-06-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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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이끌어낸 장미대선의 결과가 그야말로 장밋빛 나날입니다. 불공정과 몰상식이 판쳤던 ‘이명박근혜’의 근 10년을 그동안 어떻게 참아내고 버텨왔는지, 스스로가 새삼 안쓰럽고 대견하더군요. 물론 이제부터는 사람이 먼저인 살맛나는 세상으로 바뀔 게 분명한 만큼, 책장조차 들춰보지 못하고 분개하느라 허송세월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때마침 한의학의 근본적 치료원리를 다시금 일깨워주며 ‘열공 모드’로의 진입을 북돋는 엄청난 서물(書物)까지 등장하였으니…. 


   
와이겔리 刊
전창선 著

최근에 출간된 『비수론(肥瘦論)』은 저는 감히 이 시대 최고의 임상의서라고 확언하는데, 이 책의 주된 요지는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우리들이 진단 시 변증(辨證)의 규거준승(規矩準繩)으로 삼는 소위 ‘팔강(八綱)’에, ‘비수(肥瘦)’와 ‘위기(胃氣)의 강약(强弱)’을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늘 착잡(錯雜)되어 헷갈리기 쉬운 표리한열허실(表裏寒熱虛實)의 육변(六變) 분별보다는, 형이하학적으로 확 드러나는 비수강약(肥瘦强弱) 판단이 쉽고도 유용하다면서…. 둘째는 임상에서 날로 잊혀져가는 한토하삼법(汗吐下三法)을 적극 부활시키자는 것입니다. 우왕(禹王)의 치수(治水)를 법(法)한 한의학적 치병(治病)의 근본이 “음양자화자 필자유(陰陽自和者 必自愈)”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몸을 준설(浚渫)하여 막힌 기혈(氣血)을 소통(疏通)시키는 한토하삼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저자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의사치고 『음양이 뭐지』·『오행은 뭘까』·『음양오행으로 가는 길』이라는 세 권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지은이는 한의계에서 요즘 말로 ‘철저한 검증’이 끝난 분인데, 이런 분께서 이론서가 아닌 실전적 임상서를 상재(上梓)하셨다는 거지요. 해서 저는 추천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척 고심했답니다. 이번 대선 때의 사표(死票) 심리 비슷하다고 할까요? 눈 밝은 독자라면 이미 알고 있을 게 뻔한데, 구태여 귀한 지면 할애해가며 소개할 필요 있을까 몇 번씩이나 망설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 만에 하나 아직도 구독하지 않으신 선후배분이 계실까 염려스러워 다시 한 번 강조하기로 했습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무조건, 반드시, 기필코 읽어야만 하겠지요? 

글은 의원(醫源)、진단(診斷)、치법(治法)、본초(本草)、처방(處方)、『상한론』 강평본(康平本) 해설、『금궤요략』 간편(簡篇) 해설、비수론(肥瘦論)에 따른 치험례의 순서로 실려 있습니다. 우선 한의학의 원류를 정확히 밝힌 다음, 집기양단(執其兩端)의 최우선적 대상으로 ‘비수’와 ‘위의 강약’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손쉬운(?!) 치료법을 밝힘과 동시에 상용 본초와 처방까지 일목요연하게 덧붙여 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한론』과 『금궤요략』에 대한 아주 참신한 해석 및 저자의 실제 의안(醫案)까지 속속들이 알려주고 있지요. 그것도 한의학도라면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정연한 논리가 뒷받침되어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면서….

요즘에는 가슴을 영 주체하기 힘듭니다. 『비수론』만으로도 이미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판에, 신임 대통령님의 멋진 행보까지 겹쳐 아주 살맛 넘쳐 죽겠다니까요. ^^


안세영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