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학장-한의신문 2015.8.28]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71)
관리자
15-08-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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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近의 鄕藥濟生集成方論 – “동아시아 전통의학계의 총아”

2032-33-1 權近은 조선 초기에 의학으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그는 藝文館大學士, 중추원사 등을 지내면서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로서 국제적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 權近은 『鄕藥濟生集成方』의 序文과 跋文을 집필한다. 『鄕藥濟生集成方』은 1398년 金希善, 趙浚, 權仲和, 金士衡 등이 편찬한 책으로서 1433년 간행된 『鄕藥集成方』의 기초가 된 서적이다.
權近은 『鄕藥濟生集成方』(그의 문집 『陽村集』에 나옴)의 서문과 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이하 ‘한국고전종합DB’의 번역을 전재함).

“……우리나라는 중국과 멀어서, 이 땅에서 나지 않는 약종을 누구나 구득하기 어려운 것이 실로 걱정이었다. 그러나 나라 풍속이 가끔 한 가지 약초를 가지고 한 가지 병을 치료하되 그 효험이 매우 신통했었다. …… 또 오방(五方, 동서남북과 중앙)이 모두 성질이 다르고, 천리(千里)면 풍속이 같지 않아, 평상시의 좋아하는 음식의 시고 짬과 차고 더움이 각각 다른 것이니, 병에 대한 약도 마땅히 방문을 달리해야 하며 구차하게 중국과 같이 할 것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먼 지역의 물건을 구하려다가 구하기도 전에 병만 이미 깊어지거나, 혹은 많은 값을 주고 구하더라도 묵어서 썩고 좀이 파먹어 약기운이 다 나가 버린다면, 토산 약재가 기운이 완전하여 좋은 것만 같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향약을 써서 병을 고친다면 반드시 힘이 덜 들고 효험은 빠를 것이니, 이 『향약제생집성방』이 이루어진 것이 얼마나 백성에게 혜택을 주는 것인가. ……”(『鄕藥濟生集成方序』1398년)

“제생원(濟生院)의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은 백성에게 혜택을 주기 위하여 지은 것이다. 처음에 평양백(平壤伯) 좌정승(左政丞) 조공 준(趙公浚)과 상락백(上洛伯) 우정승(右政丞) 김공 사형(金公士衡)이 국사를 다스리던 여가에, 곤궁한 백성들이 병이 들어도 치료하지 못함을 불쌍하게 여겨 널리 구제하고자, 동지중추(同知中樞) 김공 희선(金公希善)과 협력하여 제생원을 설치하고 약제를 모아놓고 치료를 하였으며, 또 예천백(醴泉伯) 권상 중화(權相仲和)와 더불어 그가 전에 저술한《향약방(鄕藥方)》을 토대로 다시 더 수집하여 전서(全書)를 만들어서 중외에 반포하고 영원히 전하여, 보는 자로 하여금 모두 지역에 따라 약을 구할 수 있고 병에 따라 치료할 수 있음을 알게 하였다. …이 제생원의 일을 주간(主幹)하는 이는, 서원군(西原君) 한공상경(韓公尙敬)ㆍ순흥군(順興君) 안공 경량(安公敬良)ㆍ김군 원경(金君元囧)ㆍ허군 형(許君衡)ㆍ이군 종(李君悰)ㆍ방군 사량(房君士良)으로서 모두 여기에 공로가 있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아울러 책머리에 밝힌다.”(1399년. 跋文)

위의 서문과 발문은 몇 가지 면에서 의미가 깊다.

첫째, 중국의학과 구별되는 조선의학의 전통을 강조한다. 이것은 단순한 지역적 차이만을 강조하는 차원을 넘어서 약재의 우량에 대한 비교 우위, 약재수급의 융통성, 생활습관의 차이에 의한 체질의 차이 등이 같이 강조된 것이다.

둘째, 『鄕藥濟生集成方』의 편찬이 국가적 大計에 따라서 진행되었다. 한상경, 안경양, 김원경, 이종, 방사량 등의 당대 최고 의학자들이 참여하는 대단위 국가사업이었으며, 이러한 사업을 벌인 데에는 국리민복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함이었다.

셋째,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온 향약 전통의 계승을 통해 후대로 전승을 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있음이다. 고려 후기에 향약의학론이 대두되면서 한반도의 의학은 동아시아 전통의학계의 신생 세력으로 부상하였다. 조선 초기 신흥 국가로서 국가적 브랜드로서 향약의학은 국제 질서 속에서 큰 문화적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을 것이다.

넷째, 조선의학의 독립선언이다. 이 시기에 이루어지는 의학 관련 작업들은 단순한 임상 활용서의 간행을 뛰어넘어 동아시아 전체 의학계 전체의 패자의 자리까지 넘볼 대작들이 이어진다. 이후 간행되는 『鄕藥集成方』, 『醫方類聚』 등은 그러한 자격을 갖춘 의학계의 총아였다.

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