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박사과정)-민족의학신문 2012. 11. 8] 아시아 전통의학의 향로와 통합 논의 - 인도 “Integrating Traditional South Asian Medicine into Modern Health Care Systems” Conference를 다녀와서(上)
관리자
12-11-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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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전통의학의 향로와 통합 논의 - 인도 “Integrating Traditional South Asian Medicine into Modern Health Care Systems” Conference를 다녀와서(上)

“전통의학 현대화, 국제적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1. 인도 전통의학의 현대 의료체계로의 통합 방안

지난 104~6, 인도 뉴델리에 있는 Jawaharlal Nehru University(JNU)에서는 “Integrating Traditional South Asian Medicine into Modern Health Care Systems”, 남아시아 전통의학의 현대 의료체계로의 통합이라는 제목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행사는 JNU 안에 있는 Centre of Social Medicine & Community Health (CSMCH)와 독일의 Martin-Luther-Universit·t Halle-Wittenberg, 그리고 인도의 Foundation for Revitalisation of Local Health Traditions(FRLHT), India Chapter-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Traditional Asian Medicine(IASTAM)의 공동 주최로 이루어졌다.

 

3일간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남아시아, 유럽, 한국의 연구자, 임상가, 정책연구가들이 모여 전통의학을 현대의료체계에 융합하기 위한 방법을 국제적인 시각에서 논의하였다. 이렇게 다양한 국가에서 전통의학의 현대화를 논의한 자리는 적어도 인도 내에서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고 한다.

39편의 발표가 이루어졌으며, 그 가운데 남아시아(인도, 스리랑카 등)에서 27, 유럽(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 8, 한국에서 4편의 발표를 맡아 진행되었다.

 

학회에서의 논의는 의료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후진국가들에서는 물론, 선진국에서도 공공의료에 있어서 전통의학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초하였다.

학회에서의 발표를 통해 유럽과 한국, 그리고 인도의 전통의학과 관련한 의료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전통의학과 양방의학의 대화를 위한 언어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가장 크게 문제시되었다.

 

또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는 ‘integration (통합)’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이야기 되었다. 많은 이들이 통합의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는 있지만 정확히 통합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의나 합의가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으며, 따라서 앞으로는 양방의학과 전통의학을 어떠한 방식으로 통합 혹은 융합하는 것이 최대한의 의료적 혜택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논의되어야 함이 강조되었다.

2. 유럽, 한국, 인도 각국의 전통의학 관리체계와 현대화 현황

Ananda Samir Chopra(Medical Director Ayurveda-Klinik, Kassel)는 병원에서 아유르베다 의학 시술을 하고 있는 독일의 의사(MD)이다. 그는 독일에서는 전통의학 시술은 의사들에 의해서만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아유르베다 의학 시술을 하는 의사들이라고 하더라도 양방의학을 기본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병원 내에서 아유르베다 의학 시술을 하는 것의 장점으로 현대 진단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것과 병원 내의 시설을 사용할 수 있음을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독일 내에 아유르베다 의학 자체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함과, 아유르베다 의학의 체계화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무엇이든 비슷한 것이면 아유르베다 의학이라고 불리는 상황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아유르베다 의학의 진단과 치료가 국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보험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현실도 언급하였다. 그는 국가에서 전통의학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거의 구축이 필수적이며, 이를 보다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전통의학의 특성이 반영된 근거 구축 방안에 대해서 연구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한국 측 세션에서는 먼저 원광대학교 의사학교실 강연석 교수님이 “Current Status of Korean Medicine and Some Examples of Modernization of Traditional Medical Contents”라는 제목으로 지난 100여 년간 한국에서 이루어진 한의학의 근대화 과정과, 더불어 현재의 연구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한의학이 현재 한국의 의료현장에서 지니고 있는 위치를 소개하는 발표였다.

 

다음으로는 필자가 “The Dispute on the Modernization of Korean Medicine”이라는 제목으로 한의학의 현대화 과정 중에 발생한 논의들을 각 시대를 비교하여 고찰하였고, 앞으로 통합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지향해야 할 연구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는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김동률 조교와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 안상우 단장님이 “A Modern Applications of ‘The daily Records of Royal Secretariat of Chosun Dynasty’ Medical Records”, 즉 승정원일기 의학 기록의 현대적 적용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였다. 문자화되어 전승되는 전통의학 기록 가운데 승정원일기와 같이 방대한 분량의 의학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문자 기록을 통해 의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도에서는 전통의학을 AYUSH라는 국가기관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AYUSHDepartment of Ayurveda, Yoga & Naturopathy, Unani, Siddha and Homoeopathy의 약자로, 아유르베다, 요가, 자연요법, 우나니, 시다, 동종요법을 포괄하는 모든 전통의학을 다루는 기관이다.

 

AYUSH는 전통의학 교육의 표준화, 전통 약물의 질적 향상, 전통 약재의 관리, 전통의학 체계의 지역적·국제적 연구를 담당하고 있었다. 현재 인도 전역에서 AYUSH가 관리하고 있는 아유르베다 의학 병원은 2458개이며, 시다 의학 병원은 275, 우나니 의학 병원은 269, 동종요법 병원은 245개라고 한다.

 

또한 대학의 경우 아유르베다 의학은 254, 시다 의학은 7, 우나니 의학은 39, 동종요법의 경우는 185개이며, 대학원의 경우 아유르베다 의학은 64, 시다 의학은 3, 우나니 의학은 6, 동종요법은 33개이다.

 

AYUSH에서는 전통의학들을 크게 성문화된(codified) 의학과 성문화되지 않은(non-codified) 의학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아유르베다, 우나니, 시다 의학과 같은 의학 체계는 의서의 형태로 문자화된 기록이 있는 성문화된 의학 체계들이었다.

 

반면에 인도에서는 각 지역의 부족들 혹은 집안 대대로 구전의 형태로만 전달되는 의학 지식이 현재까지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었는데, 이와 같이 성문화되지 않은 의료 지식들을 AYUSH에서는 LHTs(Local Health Traditions)이라는 이름으로 엮어 보존하고자 하였다.

 

3. 전통의학을 어떻게 현대화 할 것인가? - 전통의학의 정체성을 반영한 통합의학

주제발표가 끝난 후 토론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

이번 학회의 특징 중 하나는 매우 활발한 토론이었다. 한 세션에 공식적으로 주어진 발표시간이 30분이었다면, 토론에는 1시간이 배정되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2시간 가까이 토론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토론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역시 전통의학을 근대과학의 방법으로 재단했을 때 생겨나는 문제점에 관한 논의였다. 국가에서 인정하기 위한 의료체계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임상연구를 통한 근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임상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기준들이 전통의학의 정체성(identity)을 훼손한다는 것이 문제시 되었다.

 

구체적으로 전통의학을 규제하는 방식(framework)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유럽의 국가들과 인도 한국의 경우가 비교되었으며, 앞으로 전통의학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전통의학을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되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인도와 달리 매우 엄격한 단 하나의 의료시스템만이 존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체계 내에서 전통의학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양방의학이 구축한 기준을 만족시킬 때만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과거와는 달리 인도는 물론이고 독일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도 전통의학을 연구함에 있어 기존의 근대 과학적 연구방법이 한계가 있음이 어느 정도 인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 기반하여 전통의학 연구방법론에 있어서도 다원성이 반영되고, 전통의학의 특이성이 통합, 혹은 융합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었다.

 

전통의학의 바람직한 현대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궁극적으로 통합의학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논의되었던 통합의학은 의료일원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통의학이 통합(integrating)’이라는 방법을 통해 양방의학과의 관계를 설정함은 서로 다른 의학체계간의 장점을 함께 활용하여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행함을 뜻하였다. 따라서 전통의학 자체의 관점을 반영하지 않는 통합은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서 인정할 수 있는 전통의학의 근거를 확보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약은 과거에 사용해오던 약과는 다르기 때문에 지금 사용하는 약이 안전하고, 효용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적합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다만 지금까지와 같이 한 가지 수단만으로 전통의학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계속>